보도자료

제주에서 피어난 한의약의 미래...제주한의약연구원, 지역 살리는 과학이 되다(2025. 5. 29., 제주도민일보)

·작성자 : 제주한의약연구원 ·작성일 : 2025.06.16 ·조회수 :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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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자원 융합을 통한 미래형 공공의료 설계
실시간 데이터 기반의 해녀 대상 안전 대응 체계
고령자·도민 대상 질환 중심의 지역 밀착형 공공의료

[제주도민일보 최지희 기자] 고령화, 환경문제, 삶의 질 저하 등 복합적인 지역 과제를 한의약의 과학화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곳이 있다. 제주한의약연구원은 지난 9년간 도민 삶에 밀착한 연구를 통해, 버려지던 귤껍질과 봉독, 감귤잎, 해양소재 등 제주 자원을 기능성 건강소재로 되살리고 고령 해녀의 생명을 지키는 스마트 헬스케어 실증사업까지 확장하며 새로운 공공의료 모델을 구축해가고 있다. <편집자주>

“위이잉~위이잉…해녀 활동 지역에 긴급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제주한의약연구원 회의실 한켠, 데이터 수집 시스템에 연결된 모니터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설정된 조업 반경을 벗어난 해녀의 위치정보가 포착된 것이다.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심박수, 낙상 여부, 위치정보는 연구원 관계자들의 즉각 대응을 유도하며 시스템은 위험 상황에 대한 경고를 시각과 청각으로 알린다. 바다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생명 위기를 기술과 한의학이 함께 감지하고 대응하는 방식이다. 단순한 기계적 알림 수준을 넘어선 보다 정교하고 통합적인 안전 대응 체계다. 이 실증 시스템은 맥진이라는 전통 한의 진단법과 스마트 기술을 융합한 제주한의약연구원의 새로운 디지털 한의약 실험이다.

지난 2016년 개원한 재단법인 제주한의약연구원(원장 송민호)은 '한의약 산업의 과학화와 정보화'를 비전으로 제주 지역의 보건복지 향상과 한의약 산업기반 조성을 위한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지난 9년간 도민 밀착형 연구를 꾸준히 수행한 제주한의약연구원은 특히 제주 특화자원과 고령화 문제를 결합한 현장 중심의 연구성과를 통해 그 결과를 실증사업과 공공의료 정책으로 연결하고 있다. 그 활동은 단일 프로젝트에 그치지 않고 공공의료의 외연을 지역 전반으로 확장하고 있다.

◼ 귤껍질에서 시작된 과학화…법제기술로 '기능성' 입증

제주한의약연구원(이하 연구원)의 대표 연구성과 중 하나는 감귤 유래 건강 소재 개발이다. 지난 2022년부터 추진된 '감귤 껍질 및 감귤잎 유래 기능성 소재 개발' 연구는 한방 가공법인 `법제` 기술을 적용한 제주 감귤 껍질(귤피)의 항비만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동물실험 및 인체 적용 시험까지 진행했다. 법제란 한약재의 독성을 줄이면서도 고유의 약리효과는 높이는 전통 가공기술로 이번 연구에서는 법제를 통해 체지방 감소 효능이 확인됐다. 실제 실험에서 체중, 내장지방, 체지방률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는 결과도 도출됐다. 현재는 이를 기반으로 기업의 제품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후속 연구가 진행 중이다.

감귤 껍질을 활용한 가공시도는 과거에도 있었으나 경제성과 효율성 문제로 일부 한계를 드러낸 바 있다. 특히 감귤박을 활용한 기존 산업화 시도는 과육과 껍질을 분리하는 공정이 복잡하고 처리 비용이 높아 대량 생산과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이러한 한계는 감귤 껍질이 산업적으로 활용되기 위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를 보여준 사례였고 동시에 이를 기능성 자원으로 개발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연구원 관계자는 “감귤 껍질은 현대식 식품가공 기술로만 접근했을 때는 경제성이 낮을 수 있지만 한의약 고유의 ‘법제(法製)’ 기술을 접목하면 전혀 다른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법제는 약재의 성질을 변화시켜 인체에 더욱 적합하게 조화시키는 전통 지식의 집약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전통 기술은 과학적 검증을 통해 현대 보건의료와 연계될 수 있으며 이는 제주 감귤 자원의 새로운 가치 발견이자 한의약의 미래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 벌을 해치지 않고 얻은 자원…봉독의 잠재력

또 다른 주목할 성과는 봉독의 기능성 연구다. 연구원은 벌을 죽이지 않고도 봉독을 안정적으로 채취할 수 있는 기술을 도입해 실험에 활용해왔다. 이 기술은 벌통 입구에 특수 유리판을 설치하고 벌이 자연스럽게 앉았을 때 미세한 전기 자극을 통해 봉독을 분비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자극은 벌의 생명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조절돼 있으며 채취 후 벌은 그대로 날아가 생태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를 통해 봉독의 관절 통증 완화, 상처 회복, 항염 효과를 중심으로 한 효능검증이 진행됐으며 특히 봉독 속 특정 펩타이드의 단백질 구조를 분리해 항염 작용과 조직 재생 촉진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관련 특허도 현재 출원 중이다. 연구원은 봉독 활용기술을 지역 양봉 농가와 연계해 부가 소득 창출의 가능성도 함께 모색 중이며 자원의 생태적 보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실현하는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 고령화에 대응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실험

연구원은 지난해 고령 해녀를 위한 스마트 헬스케어 실증사업을 운영했으며, 제주 전역 9개 어촌계에서 총 191명의 해녀를 대상으로 스마트워치를 활용한 생체 데이터 수집과 긴급상황 대응 시스템을 적용했다.

조업 중인 해녀들이 착용한 스마트워치는 심박수, GPS 기반 위치정보, 낙상 여부 등을 실시간으로 전송하며, 일정 반경을 벗어나거나 심박 이상이 감지되면 경고음을 통해 즉각적인 구조를 유도한다. 지난해에는 총 36건의 SOS 신호가 접수됐고 모든 사례는 어촌계장과 119 대응체계를 통해 신속히 처리됐다.

이와 함께 전통 한의 진단기기인 맥진기와 스마트워치 데이터를 통합한 분석 시스템도 도입됐다. 손목 요골동맥의 맥박을 분석해 심혈관 상태를 진단하고 이를 토대로 조업 전 고위험군 분류와 작업시간 조정, 건강 모니터링이 이뤄진다. 실제로 고산, 신창, 옹포 어촌계 등에서는 고위험 해녀에게 조업 중단을 권고하는 등 예방적 조치도 시행됐다. 이는 단순 건강관리 서비스뿐만 아니라 해녀의 생명을 보호하는 실시간 공공의료 모델이자 전통 진단기술과 디지털 기술의 융합 사례로 평가받는다. 연구원은 올해까지 해당 시스템의 실증과 검증을 마친 뒤 이를 제주 전 지역의 고령자 건강관리 체계로 확대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구원 관계자는 “고령 해녀의 생애주기별 건강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은 향후 지역 전체 고령자 헬스케어 정책 설계에도 중요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공공의료의 외연 확장…비만과 고령자 질환 대응까지

질병관리청의 2023년 지역사회건강조사에 따르면 제주도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비만율이 35.2%로 가장 높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제주도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은 21.4%에 달하며, 읍면 지역의 경우 30%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분류된다. 이 같은 통계는 고령화와 만성질환이 제주 지역의 주요 보건 과제로 대두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연구원은 도민의 생애주기별 건강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월경곤란증, 비만, 근골격계 질환 등을 대상으로 한 공공의료 진료를 제주특별자치도한의사회와 협력해 진행해 왔다. 특히 감귤 껍질을 활용한 비만 개선 프로그램은 지역 농산 자원을 한의약 치료 자원으로 전환한 대표 사례로 ‘순환형 한의학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에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근감소증 예방과 통증 완화를 위한 맞춤형 공공 한의약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이들 프로그램은 읍면 지역 복지시설이나 어촌계 등 도민 생활 현장과 연계해 설계됐으며 고령화 대응의 실효성과 지역 기반성을 함께 갖춘 공공의료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 생활 속 건강교육…약초교실과 웰니스 콘텐츠

도민의 건강 인식을 높이고 실생활에서 활용 가능한 한의약 지식을 전파하기 위해 연구원은 약초교실과 건강체험 교육을 정기적으로 운영해왔다. 특히 한라산 자생 약초를 주제로 한 교육은 이론 중심의 강좌에 그치지 않고 약초차 만들기, 효능별 약초 분류 체험 등 참여형 콘텐츠로 구성돼 실질적인 체험 중심 교육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교육은 고령층의 건강관리 역량을 높이는 동시에 지역 일자리 창출과 웰니스 산업의 기반 확장에도 기여하고 있다. 향후 한의약 프로그램 참여 어르신들이 마을 회관 등에서 건강 활동 운영에 참여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지역사회 내 한의약 지식 확산을 도모할 계획이다.

◼ 기술이전과 협업…산업화로 연결되는 연구 성과

연구원은 매년 수집된 연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술이전과 공동연구를 추진하며 제주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산업화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곽향 유래 인지기능 개선 소재는 제주기업 ‘탐라도다’에 이전돼 기억력 개선 기능성 제품으로 개발됐다. 또한 도내 최초로 개발한 기능성표시식품을 마을기업에 이전한 데 이어, 감귤 껍질과 감귤잎을 활용한 항비만·항산화 제품 개발도 진행 중이다. 특히 기술이전 이후에도 후속 공동연구와 임상 데이터 제공 등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져 중소기업들이 연구 기반 제품을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시킬 수 있도록 돕고 있다.

◼ 전문인력 양성과 국제 교류도 활발

한의약 분야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협력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연구원은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과 협약을 맺고 예비 한의사 및 연구자를 대상으로 한 단기 실습 프로그램을 통해 제주 약용자원 활용법, 맥진기 등 디지털 진단기기 운용, 한약재 가공 실습을 병행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몽골 약용자원 연구기관과의 국제 교류를 통해 생태·환경이 다른 지역 간 약용자원 비교 연구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향후 글로벌 한의약 헬스케어 모델 구축으로 협력 분야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올해 연구원은 ▲감귤 껍질 기능성 검증 및 비만 공공의료 적용 강화 ▲봉독을 포함한 독의약소재 산업화 기반 마련 ▲고령 해녀 생명안전 헬스케어 시스템 고도화 ▲디지털 진단기기와 한의약 정보 연동 시스템 확대 ▲도민 대상 건강증진 한의 공공의료 프로그램 확산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해녀 대상 스마트 헬스케어 플랫폼은 제주의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데이터 기반 분석과 의료체계 설계에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연구원 관계자는 “제주자원의 가치와 디지털 기술을 융합해 지역과 삶에 맞닿은 디지털 관리 모델을 구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연구원의 행보는 생태적 자원 보존, 지역사회 연계성, 데이터 기반 건강 관리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지속 확장되고 있다. 지역을 알고 기술로 연결하며 생애 전반을 돌보는 연구원은 미래형 공공의료 모델 구축과 함께 ESG 가치를 반영한 공공기관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해 나가고 있다.

출처 : 제주도민일보(https://www.jejudomin.co.kr / https://www.jejudom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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